오래 전 어떤 집에 사는 이를 보고 싶어 그 집 앞을 서성인 적이 있습니다. 저를 보고 싶어 제 집 앞을 서성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시간은 그리움이 쌓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집에 살던 이는 떠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집 앞을 서성이는 건 지나간 날들로의 여행이고 재회를 꿈꾸는 시간입니다. 우리 가족과 15년을 산 '꼬미'가 저 세상으로 간 지 20년이 되어가지만 저는 아직 그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산책길에서 개나 강아지, 고양이들을 만나면 늘 꼬미가 떠오르고 잘해 주지 못한 게 미안합니다. 요즘은 '흰둥이'네 집 앞을 서성이는 일이 잦습니다. 흰둥이는 하얀 개여서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흰둥이의 가족들은 다르게 부르겠지요. 어떤 종인지는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