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같고 마침표 같은 비가 혹은 날고 혹은 떨어집니다. 하얗게 젖은 세상 속에서 포크레인이 작동합니다. 아, 집 하나가 사라지는 중입니다. 예술가 주인이 살았을 때는 철철이 옷을 갈아입으며 아름답던 집... 몇 해 전 그이가 죽은 후엔 버려진 아이처럼 추레하던 집... 남은 가족들 사이에 유산 싸움이 붙었다는 소문 속에 어느 날 문득 수의 차림이 되더니 오늘 빗속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부자가 삼대를 못 가고 빈자가 삼대를 안 간다'더니 아름다운 집은 이대도 가지 못하는가... 무너지는 집 마당의 숱한 나무들 저 포크레인 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느낄 공포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마도 한참 그 집이 섰던 길 쪽으론 가지 못할 겁니다. 나무들이 섰던 자리에 또 하나 높은 건물이 지어지고, 그 집이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