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기형도의 대학 시절(2013년 2월 17일)

divicom 2013. 2. 17. 11:17

오늘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기형도 씨의 대학 시절’을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기형도 시인이 너무나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난 3월이 멀지 않습니다. 그와 저는 1980년대 중반 함께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그와 헤어진 후의 시간이 쌓일수록 그와 만나던 시간이 새록합니다.


오늘의 노래’로는 영화 졸업의 주제가 ‘Sound of Silence’를 골라 들려드렸습니다.  Simon & Garfunkel은 1964년 2월에 이 노래를 부르자마자 일약 스타가 되었습니다. 바로 그 전 해인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난 후 세계 시민들을 적신 절망감을 암흑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이 노래는 1967년에 졸업 The Graduate’이라는 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여 더욱 잘 알려지게 되었고, 1996년엔 킹핀 Kingpin’, 2003년엔 올드 스쿨 Old School’, 2009년엔 워치맨 Watchmen’이라는 영화에도 쓰였습니다.

 

대학 시절

 

나무 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기형도 시인이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초에는 플라톤을 읽으면서도 죄의식을 느껴야 했습니다. 독재정권과 싸우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읽어야 했으니까요. 7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데모하는 친구들을 지나쳐 도서관에 가려면 큰 죄를 짓는 것 같았으니까요. 교정에 숨어든 기관원들은 학생 행세를 하며 진짜 학생들을 감시했습니다. 지금은 죄의식 없이 플라톤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플라톤을 읽는 대학생은 드뭅니다. 입학하면서부터 취직 걱정을 하느라 공무원시험 문제집이나 토플책을 끼고 다닙니다. 그러나 대학배울 을 쓰는 큰 배움터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졸업은 두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요즘 학생들이 더 안쓰러운 것 같습니다.

 

‘Sound of Silence’의 가사는 참 슬프고 의미심장한데, 그 중에서도 “의미 있는 말은 하지 않고 마구 지껄여대는 사람들... 귀 기울여 듣지 않고 귓등으로 듣는 사람들... 암처럼 자라는 침묵... 자기네가 만든 네온사인이라는 신에게 절하고 기도하는 사람들...“ 하는 부분이 특히 좋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요즘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적어도 가사에 관한 한 우리 가요는 퇴보 일로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사, 의미 있는 가사가 사라진 대중 가요... 이 시대의 가요 중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노래가 몇 곡이나 될까요.

 

Sound of Silence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Because a vision softly creeping

Left its seeds while I was sleeping

And the vision that was planted in my brain

Still remains

Within the sound of silence

 

In restless dreams I walked alone

Narrow streets of cobblestone

'Neath the halo of a street lamp

I turn my collar to the cold and damp

When my eyes were stabbed by the flash of a neon light

That split the night

And touched the sound of silence

 

And in the naked light I saw

Ten thousand people maybe more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People writing songs that voices never shared

No one dared

Disturb the sound of silence

 

"Fools," said I, "you do not know

Silence like a cancer grows

Hear my words that I might teach you

Take my arms that I might reach you"

But my words like silent raindrops fell

And echoed in the wells of silence

 

And the people bowed and prayed

To the neon god they made

And the sign flashed out its warning

In the words that it was forming

And the sign said "The words of the prophets are

written on the subway walls

And tenement halls

And whispered in the sound of si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