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하바네라 (2013년 1월 20일)

divicom 2013. 1. 20. 14:45

오늘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백무산 씨의 예배를 드리러’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20123월에 출간된 시집 <그 모든 가장자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일요일엔 이곳저곳으로 예배드리러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대개는 인간보다 힘이 세 보이는 신을 찾아 가지만 시인은 시골 장거리로 갑니다나만큼 힘없는 동료 인간들그들의 삶을 가능케 하는 노동이 있는 곳으로진짜 사랑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지요.


 ‘오늘의 노래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Carmen)하바네라(Habanera)’를 틀어드렸습니다. 조수미 씨도 부르고 Agnes Baltsa도 불렀지만 오늘은 신영옥 씨의 음성으로 들려드렸는데, 신영옥 씨의 목소리는 너무 고와서(?) 이 노래에는 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메조 소프라노인 Agnes Baltsa가 부른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의 노래를 두루 들어보시지요.


 

예배를 드리러

 

시골 장거리에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일용할 양식들이 흙 묻은 발을 막 털고 나온 곳

목숨의 세세한 물목들이 가까스로 열거된 곳

 

졸음의 무게가 더 많이 담긴 무더기들

더 잘게 나눌 수 없는 말년의 눈금들

더 작게 쪼갤 수 없는 목숨의 원소들

부스러기 땅에서 간신히 건져올린 노동들

변두리 불구를 추슬러온 퇴출된 노동들

 

붉은 내장들 엎질러져 있고 비늘이 벗겨지고

벌건 핏물에 담긴 머리통들이 뒹구는 곳

낡은 궤짝 제단 위에 염장을 뒤집어쓰고 누운 곳

 

보자기만한 자릿세에 졸음의 시간들이 거래되는 곳

최소 단위 혹은 마이너스 눈금이 저울질되는 곳

저승길 길목 노잣돈이 욕설로 에누리되는 곳

시간이 덕지덕지 각질 입은 동작들 추려서 아이들 입에

한술이라도 더 넣어주고 가고 싶은 애간장이 흥정되는 곳

 

세상에서 가장 선한 예배당에

까무룩 햇살 속으로 사라지는 계단을 밟고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

 

 

하바네라’는 사랑을 노래하 아리아입니다.


"사랑은 반항적인 새라서 아무도 길들일 수 없어요...

위협해도 기도해도 오지 않아요...

사랑은 집시의 아이라서 법이라곤 모른답니다.

날 사랑하지 말아요, 그래야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요...

 

그 새는 당신이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날아가버리지요...

사랑은 기다릴 땐 오지 않고 기다리지 않으면 어느새 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