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시인과 군인 (2013년 1월 6일)

divicom 2013. 1. 6. 12:00

오늘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김남주 시인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김남주 시선집 <사랑의 무기>에 실려 있습니다. 나라는 시인이 활동하던 80년대보다 훨씬 부유해졌지만 가난한 사람의 고통은 그 시절보다 더한 듯합니다. 어려운 일도 함께 겪을 때는 덜 고통스럽습니다. 누구는 좋은 차를 타고 누구는 낡은 신발을 끌며 걸어서는 한 길을 가도 '동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빨리 갈 수 있어도 남들과 함께 가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사람들이 있어야 진정한 동행이 가능합니다.  


두 시간 방송하는 동안 여러 곡의 노래를 틀었지만 그 중에서도 최백호 씨의 '시인과 군인'이 기억납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노래를 다시 들려드리진 못하지만 가사라도 읽어 보시지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하자

둘이라도 떨어져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 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

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

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해방의 길 통일의 길 가시밭길 하얀 길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시인과 군인


아이야 너는 자라서
시인이 되거라
가슴에서 피가 배어나는
시를 쓰거라

불의 앞에선 정의를
말할 수 있고
분노를 분노로
내뱉을 수 있는

그러나 거친 벌판에
작은 불꽃에도 눈물짓는
아이야 아이야 시인이 되거라
 
아이야 너는 자라서
군인이 되거라
두눈에서 불이 타오르는 
힘을 가져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질수 있고
죽어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그러나 가슴 깊은곳
내나라 내민족의 아픔에 우는
아이야 아이야 군인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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