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슬픔 (2012년 12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임명권을 잘못 행사했다고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으로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임명했기 때문입니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물론 새누리당 안팎에서조차 잘못된 인사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창중 씨와 저는 몇 해 동안 함께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생활을 했지만 요즘 신문과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의 얼굴을 하마터면 알아보지 못할 뻔 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이겠지요. 아무튼 그는 제 후배이고 저는 후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윤창중 씨가 윤봉길 의사를 들먹이지만 않았으면 오늘 이 글도 쓰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문중의 할아버지'인 독립운동가 윤봉길 선생을 들먹였습니다. 바로 며칠 전 그는 방송에서 당선인 측에서 자신에게 인수위 참여를 제안하면 그건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발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수석대변인직을 수락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윤봉길 의사가 자기 '문중의 할아버지'라며 "윤봉길 의사가 만약 대한민국 정부의 첫 인사 제안을 받았다면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겁니다. 

'문중의 할아버지'라고 한 것을 보면 친할아버지도 아니고 증조할아버지도 아닌 듯한데, 그렇게 가깝지도 않은 분을, 게다가 자신과는 거의 정반대의 삶을 살다 스물넷에 사형당한 분을 들먹이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힙니다. 단지 자신과 윤봉길 의사가 같은 '파평 윤씨'라서 그렇게 얘기한 걸까요? 

아무리 훌륭한 영웅도 죽고나면 말할 수 없습니다. 말하지 못한다고 슬픔조차 없을까, 윤봉길 선생을 생각하니 오늘이 더 춥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