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크리스마스 이브 (2012년 12월 24일)

divicom 2012. 12. 24. 12:21

크리스마스 이브엔 모두들 집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영하 13도랍니다.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미니 햇살마저 북풍에 어는 것 같습니다. '솔로대첩'에 참여하러 여의도공원에 가려고 나섰다면 하는 수 없지만 이런 날은 러시아 사람처럼 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집어드는 거지요. 물론 발은 두툼한 양말로 싸고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를 입는 게 좋습니다. 집안에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집이 계절에 맞지 않게 따뜻하다는 얘기이겠지요. 추운 곳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집안에서 반팔을 입고 산다면 그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고 정의의 문제입니다. 남들이 추워할 땐 나도 어느 정도 추워야 합니다.


어제 오후엔 EBS에서 방영하는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보았습니다. '레 미제라블'은 여러 형태로 무대에 올랐고 지금도 뮤지컬로 영화로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문화계도 온통 '레 미제라블' 열풍에 휘말려 있다고 합니다. 어제 본 영화는 1998년 작으로 리암 니슨과 우마 서먼, 제프리 러시 등이 출연합니다. 193센티미터 키의 영국 배우 리암 니슨의 눈빛은 참으로 압권입니다. 운명과 세상에 대한 원망, 그 운명과 세상 덕에 우연히 만난 여인에 대한 사랑... 눈은 혀보다 강함을 그보다 잘 보여줄 수 있을까요?


너나 할 것 없이 인간 속엔 불행과 비참, 끔찍한 면모가 있습니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가 'Le Miserable'이나 'La Miserable'이라고 하지 않고 'Les Miserables'이라고 복수로 썼겠지요. 누군가 프랑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빅토르 위고를 찬양하느냐고 묻기에,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지만 그가 위대한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레 미제라블'이든 '노트르담의 꼽추'이든 무엇이든 그의 작품을 한 권 읽어보시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래에 제가 좋아하는 위고의 시 '1848년, 시인은 무엇을 생각했던가?'를 옮겨둡니다. 이 시는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시집 <옛 집을 생각하며>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추위도 가난처럼 불편하지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즐겁고 보람있게 보내시길 빕니다.



‘1848, 시인은 무엇을 생각했던가?’

 

너는 권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일을 해야 된다. 다른 모습의 정신을 가진

너는 기회가 와도 의연히 물러서야 한다.

비통한 생각에 골몰해 있는 너는 엄격한 연인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또 경멸당하기도 하지만

그들을 지키는 목동이 되고 그들을 축복하는 사제가

돼야 한다.

가혹한 학대에 쫓긴 시들이

프랑스의 아들들이, 또한 파리의 아들들이

목 매 죽을 때 또는 갑자기

길모퉁이에 을씨년스런 바리케이트가 쳐지고

사방에서 한꺼번에 죽음이 쏟아져 나올 때

너만은 거기에 맨 손으로 달려가야 한다.

이 추악하고 치사하고 더러운 전쟁터에

네 가슴을 내밀고 네 영혼을 흘려보내야 한다.

말하고 기도하고 약자든 강자든 구원하고

포탄을 비웃고 죽은 이를 애도해야 한다.

그리고 너는 멀리 떨어진 광장으로 되돌아와

열렬한 군중들 틈에 섞여

추방당할 사람, 재판 받을 사람을 보호하고

교수대를 뒤엎고, 불온한 도당들이 뒤흔드는

질서와 평화를 받들고 보호해야 한다.

너무나 쉽게 속는 우리의 병사

감옥에 끌려간 너의 형제인 이 나라 국민

온갖 제도와 슬프고 긍지 높은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

그 암울하고 불안한 시대를 당해

떨며 흐느끼는 고귀한 예술을 수호하고

또한 숭고한 마지막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너의 임무는 가르치고 사색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