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어머니를 여읜 친구(2012년 11월 18일)

divicom 2012. 11. 18. 18:48

11월과 2월엔 신문의 부고란이 길어집니다계절의 변화가 심해지면서 아픈 사람들이 많아지고앓다가 떠나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어머니아버지를 여읜 친구도 있고언니누나, 동생을 잃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머니를 잃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버지마서 잃은 친구에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사별의 슬픔과 아픔을 겪고 있는 친구를 생각하며, 김현숙 시인의 '산을 바라보며'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1997년 11월에 출판된 시집 <내 땅의 한 마을을 네게 준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떠나갑니다그러나 떠나는 사람이 아주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떠나는 것은 몸뿐사랑하는 사람의 가슴 속에 오히려 터를 잡고 그 사람의 일부가 되어 함께 살아갑니다. 남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떠난 이가 남긴 사랑의 씨앗을 가능한 한 많은 가슴에 뿌리다가, 떠나야 할 시간이 찾아올 때 담담히 떠나가는 것이겠지요. 


 

산을 바라보며

 

모퉁이쯤에서 늘 지켜볼 테니

그러니 어깨 쭉 펴고 걸으라던

어머니를 놓치고

마침내 잃어버리고

세상에 혼자 서 있다

어디쯤 숨어서 내다 볼

어림쳐서 알아보는 자리에

가을 햇빛은 기막히게 해맑고

그 서늘하던 눈매 같은

푸른 들국 몇 송이만 흔들린다

가슴 한쪽이 뚝 떨어져 나가는

몸살 앓는 그리움만으로만

어머니를 만날

다른 어떤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