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김명인 시인의 ‘세월에게’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1988년 11월에 출간된 시집 <머나먼 곳 스와니>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김명인 시인은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11월도 막바지입니다. 이 달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쩌면 '11월의 빈 가지' 사이로 보이는 '위안 없이 걸어야 할 남은 시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生은 제법 재미있는 순간들을 품고 있지만 그것이 수반하는 고단함과 외로움은 지대합니다. 누구에게나 '위안 없이 걸어야 할 남은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일까요?
세월에게
내 늑골의 골짜기마다 핏빛 절이며 세월이여
비 그치니 지금 눈부시게 불타는 계절은 가을
대지의 신열은 가라앉고 생식과 치욕조차 시들어
시월의 잎들과 11월의 빈 가지 사이
걸어갈 작은 길 하나 걸쳐져 있다
잿빛 날개 펼치고 저기 새 한 마리
숱한 사연과 사연도 저희끼리
공중제비로 흩어 구름 흘러간다
목놓아 우는 것이 어디 여울뿐이랴
둔덕의 갈댓머리 하얗게 목이 쉬어도
그리움의 노래 대답 없으니
마침내 위안 없이 걸어야 할
남은 시간이 마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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