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우산을 든 경찰 (2012년 9월 19일)

divicom 2012. 9. 19. 12:22

언제부턴가 균형을 잃고 조.중.동을 닮아가는 한국일보를 그만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본 기사 하나 때문에 구독 중단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장애인에게 우산을 씌워준 전승필 경위에 관한 기사입니다. 다른 신문에도 이 기사가 실렸는지 알 수 없지만 읽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기사를 옮겨둡니다. 전 경위와 같은 동행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 만 합니다.



"사회에 온갖 흉악한 범죄가 빈번하다 보니 이런 사소한 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 같습니다."


태풍 산바가 한반도를 덮쳤던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휠체어를 타고 1인 시위를 하던 장애인에게 한 시간 동안이나 우산을 씌워줘 화제가 된 전승필(43) 경위는 "부끄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경위가 장애인 곁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커다란 화제가 됐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정말 감동적이다", "이런 경찰관이 있기에 아직 대한민국 경찰도 희망이 있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전 경위는 1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위가 주목받은 것 자체가 어색하다며 "누구든 그런 상황이면 다 할 일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는 17일 낮 12시쯤 교대 시간에 맞춰 국회 앞 진입로 부근에서 경비 업무를 시작하려는 순간 휠체어에 앉아 비를 맞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장애인을 봤다. "그 분께 '태풍도 오고 날도 좋지 않으니 다음에 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지만, 단체 회원들끼리 한 약속 때문에 오후 1시30분까지는 해야 한다며 거부했어요."

폭우를 맞으며 혼자 시위하는 장애인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던 전 경위는 갖고 나온 우산을 장애인의 머리 위로 펴든 채 한 시간 동안이나 말 없이 서 있었다. 자신의 근무 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배려를 잊지 않았다. 전 경위는 "근무 시간이 끝난 뒤 다음 근무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 근무자가 우산을 다시 씌우는 모습을 보고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작은 일'에도 세간의 뜨거운 시선이 쏠리는 것에 대해 "경찰에 대해 워낙 이미지가 나빴던 상황이라 그런 건 것 같다"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특히 집회 관련 업무 경찰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다며 "진압이나 기동경비 업무를 하면서도 강경한 진압보다는 유연한 방식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집회ㆍ시위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저도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매번 장애인들이나 사회적 약자 분들이 시위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며 "사회가 좀 더 발전하면 그렇게 고통 받는 분들도 없었을 거라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4년 9월 순경 공채에 합격한 그는 경기 이천 율면지서에서 첫 업무를 시작한 후 2005년 경위로 진급했다. 지난해 서울로 
거주지를 옮겨 현재 서울경찰청 33기동대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