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교통방송을 통해 '즐거운 산책'을 처음 했습니다. 프로그램 말미 '오늘의 시' 코너에서 이성부 시인의 시 '봄'을 읽어드렸더니 좋아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지요. 시는 소리내어 읽어야 더 맛있습니다. 이성부 시인은 지난 2월 28일 70세를 일기로 타계하셨습니다. 삼가 평안하시길 빕니다.
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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