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이성부의 시 '봄' (2012년 3월 31일)

divicom 2012. 3. 31. 10:53

오늘 아침 교통방송을 통해 '즐거운 산책'을 처음 했습니다. 프로그램 말미 '오늘의 시' 코너에서 이성부 시인의 시 '봄'을 읽어드렸더니 좋아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지요. 시는 소리내어 읽어야 더 맛있습니다. 이성부 시인은 지난 2월 28일 70세를 일기로 타계하셨습니다. 삼가 평안하시길 빕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