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카드, 문자, 메일 (2012년 1월 2일)

divicom 2012. 1. 2. 10:11

연말연시에 많은 인사와 축원을 받았습니다. 인사말이 인쇄된 카드를 제외하면 손으로 쓴 카드는 단 두 장을 받았는데, 한 장은 일본인 친구가 또 한 장은 미국인 친구가 보내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친구들은  문자와 메일로 인사를 보내주었습니다. 저 자신도 부모님과, 회갑을 맺은 오빠에게 카드를 드렸을 뿐입니다.

 

제 경험만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빨리 아날로그시대를 떠나 디지털시대로 이동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가 빠른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저로선 문자나 메일로 인사나 마음을 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게 할 때 한두 가지에 유념하면 받는 사람이 더 기쁘게, 확실하게 인사와 마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문자와 메일의 말미에 보내는 이의 이름을 적어주는 것입니다. 문자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전화번호가 받는 이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두지 않기 때문에 문자를 받고 누가 보냈을까 의아해 하는 일이 많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두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저는 전화벨이 울릴 때 전화 건 이의 이름을 보고 받을까 말까 결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끔 불쾌한 전화를 받는 일이 있긴 해도 전화벨이 울리면 일단 전화를 받습니다. 혹시 제게 전화를 걸었는데 제가 받지 않더라도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고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전화 온 것을 모르거나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받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또 하나의 이유는 혹시라도 제가 전화를 잃어버리거나 전화기를 바꿀 때, 제 전화에 저장해둔 번호들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걱정도 팔자'라고 핀잔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비상식적 사회에 살다보니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메일을 보내는 분들, 특히 젊은 분들 중에 메일의 말미에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행복한 하루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메일의 마지막 문장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받는 사람이 안다고 해도, 마지막 인사말 뒤에 반드시 보내는 이의 이름을 써주어야 합니다. 받는 이에 따라 그냥 '김 흥숙'이라고 쓰거나 '김 흥숙 드림' '김 흥숙 허리 굽혀 올림'하는 식으로 써야 합니다. 그래야 그 메일이 예의바른 편지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 자체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나쁜 것도 아니지만 시대의 변화를 핑계로 예의를 생략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카드, 문자, 메일, 모두 마음을 나르는 수단입니다. 진실한 마음을 예의로 포장해보내면 우정을 지속하는 거름이 됩니다.  

 

참, 제게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장식된 문자를 보내주신 분들, 제 답장이 '냉담'하다고 오해하지 마세요. 제 문자에 별이나 하트가 없는 것은 단지 제가 이모티콘을 붙일 줄 몰라 그러는 것뿐이니까요.

 

제게 카드, 문자, 메일로 마음을 전해주신 분들,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무 것도 보내지 않은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이 여행에 동행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니까요.

 

이 글을 쓰고난 후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여러 장의 연하장을 받았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보내셨나 생각하니, 미안하고도 고맙습니다. 이 글을 보고 보내셨든 이 글과 상관없이 보내주셨든, 깊이 감사합니다. 연하장에 쓰인 글이 짧아도 저를 생각한 시간은 길다는 것을 압니다. 추운 날 상점에 가서 맞춤한 연하장을 고르느라 애쓰고, 무어라고 써넣을까 고민하고, 우체국에 가서 부치고...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