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수능은 시험이다 (2011년 11월 10일)

divicom 2011. 11. 10. 12:20

오늘 아침 전국적으로 69만 명이 수능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전부터 수능 몇 일 전이라고 외쳐대던 매스컴이 오늘은 시시각각 시험장의 풍경을 전하느라 바쁩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심한 학력 위주 사회가 된 데에는 균형감각 없는 매스컴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리 요란을 떨어도 수능은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일 뿐입니다. 대학을 나오는 즉시 실업자가 되는 젊은이가 많고 소위 명문 대학을 나왔다는 게 별 사회적 보장이 되지 못함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학 교육 자체를 회의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관성을 따르는 이는 많고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그러니 대학을 가려는 사람은 아직 현저히 줄지 않습니다.

 

대학(大學)은 말 그대로 '큰 배움터'입니다. 그러나 성장 위주의 정부 정책 덕에 대학은 '취업 준비 학원'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입학하자 마자 취업 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인데도 막상 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요즘 대학생들은 뽑아 놓아도 써먹을 수가 없다'고 불평합니다. 광볌한 지식 습득과 자유로운 활동으로 '크게 배워야 할' 대학 시절 동안 취업 준비만을 하다 보니 오히려 쓰임새가 적은 대학 졸업자가 되거나 실업자가 되는 겁니다.

 

오랫동안 성장 위주의 정책을 추구해 온 우리나라에서 기형화한 것이 대학 교육만은 아니지만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나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나 대학 교육은 하루빨리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대학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이 가고 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전문계 고교나 전문대학으로 가야 합니다. 

 

취업을 해서 일하다가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에 가고, 대학을 나왔으나 전공하지 않은 분야에 취직하고 싶으면 다시 그 분야를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 취직해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융통성과 함께 국민 일반이 사고의 유연성을 가져야 대학 교육도 정상화되고 개인과 사회도 정상화됩니다.

 

대표적으로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 같은 곳도 대학진학율이 40퍼센트 안팎인데 우리나라는 80퍼센트가 넘습니다. 지난 9월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경쟁만 강요하는 교육과 사회 분위기를 바꾸자는 고등학생부터 대학 등록금이 없어 '대학으로부터 거부당한' 20대, 서울대 프리미엄이 싫어 서울대를 자퇴한 유윤종(23)씨 등이 만든 모임입니다.

 

젊음은 패기입니다. 잘못된 관행을 따라 남들이 얘기하는 행복을 좇기 보다 잘못된 것에 맞서며 자기만의 행복을 좇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기 바랍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보여준 것처럼 패기있는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수능을 보지 않은 젊은이들, 수능을 보지 못한 젊은이들, 수능을 보고 대학에 들어가 취업 공부 대신 자기 공부를 하는 젊은 동행들을 응원합니다.

 

수능 잘 보았다고 너무 좋아하지 마시고 수능 잘못 보았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수능 그것, 삶에서 치러야 할 무수한 시험 중 하나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