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스티브 잡스 전기 번역 논란 (2011년 11월 1일)

divicom 2011. 11. 1. 10:05

고 스티브 잡스의 전기가 출간 일주일 만에 15만 부나 팔려나가며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오역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저 자신 번역으로 밥벌이를 하다 보니 번역에 관련된 얘기엔 귀를 쫑긋하게 됩니다. 

문제를 제기한 측과 민음사의 해명을 읽다 보면 대부분 문제를 제기한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7월부터 원고를 받아 번역 작업에 들어갔다니 짧은 시간에 바삐 번역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명, 전문' 번역자도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많아집니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겠지요. 그래서 외국어로 쓰인 책은 외국어로 읽는 게 제일 좋습니다. 다른 언어는 몰라도 영어로 쓰인 책은 더더욱 영어로 읽어야 합니다. 정규교육을 받은 한국인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6년 동안이나 영어를 배웁니다. 그러니 다른 외국어는 몰라도 영어로 쓰인 책은 영어로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학까지 다니는 사람은 거의 10년씩 영어공부를 합니다. 요즘은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부터 영어를 배우니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런 사람들조차 영어 원서를 읽는 것을 겁내어 번역본을 읽습니다. 덕택에 저같은 번역자들이 밥벌이를 할 수 있지만 번역자가 아무리 성실해도 번역서가 원서의 맛을 백 퍼센트 살리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번역 논란에 자극 받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원서 읽기가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쉬운 책 한 권을 골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자서전과 전기는 소설이나 이론서보다 쉽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겁내지 말고 사전 찾지 말고 그냥 읽어 보십시오. 한 열 권 읽고 나면 슬며시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그렇다고 번역을 너무 우습게 보진 마십시오. 읽는 것과 번역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