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서면 여러 개의 눈이 저를 맞아줍니다. 카미유 클로델의 눈, 법정 스님의 눈, 리처드 기어의 눈, 강형구의 눈, 스티브 잡스의 눈 ... 눈이 앉은 얼굴은 다르고 죽은 이도 있고 살아 있는 이도 있지만, 그들의 눈이 바라보는 곳은 같습니다. 삶의 한가운데... 죽음입니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은 오히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정치의 계절, 세상이 말 잘하는 사람들로 인해 연일 시끄러우니 자꾸 법정스님의 <말과 沈默>을 들추게 됩니다. 마침 삶과 죽음에 관한 말씀이 눈에 띕니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하여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하여 그 전부를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는 털끝만치도 죽음 같은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단 죽게 되면 조금도 삶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된다. 사는 것도 내 자신의 일이고 죽음도 또한 내 자신의 일이니,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도 또한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
꽃은 필 때도 아름다워야겠지만,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 모란처럼 뚝뚝 무너져내릴 수 있는 게 얼마나 산뜻한 낙화인가. 새 잎이 파랗게 돋아나도록 질 줄 모르고 매달려 있는 꽃은 필 때만큼 아름답지가 않다."
신발끈을 다시 묶고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잘 죽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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