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경원과 박원순 (2011년 10월 7일)

divicom 2011. 10. 7. 19:24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가 5일 첫 대면을 하고 네거티브 선거 운동을 하지 말자고 구두 약속을 했는데 하루 만에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먼저 공격한 것은 나경원 후보로 어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정치권력을 감시하던 시민사회 세력이 스스로 정치권력으로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박원순 후보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나 후보는 또 "서울시민을 현혹시키고 있는 '가짜 변화'의 세력으로부터 서울을 지키겠다"면서 "뿌리가 없는, 선동하는, 이중적 잣대를 가진,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은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자기만이 정의라고 내세우는 독선적인 세력은 변혁의 대상이지 정치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은 "갈등을 해소하고 조정하며 책임지는 변화, 정의로운 변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저에게 전화를 주셨다. 힘을 보태겠다고 해주셨다"며 '박근혜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고 합니다.

 

나 후보 선거캠프측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론스타의 주가조작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던 시기에 박원순 후보의 아름다운 재단은 론스타의 자회사로부터 기금을 출연받고, 그 다음해인 2004년 6월 정식 기금협약까지 체결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경선 때도 상대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았던 박원순 후보는 나경원 후보와 처음 만났을 때도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하지 말자고 제안했었습니다. 그는 나 후보의 네거티브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날 선 반박을 하지 않고, 자신과 나 후보는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고만 얘기했습니다. "여론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며 자신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은 늘 듣기 때문이라며 웃었습니다.

 

박원순 후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 후보를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별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선거를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민심을 잘 움직인다는 얘기일 텐데 지금은 누가 벼랑 끝에 선 시민들의 마음을 잘 읽는가의 문제"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물론 박 후보측 관계자들은 이미 해명한 론스타 후원금 문제를 나 후보측이 다시 제기한 데 대해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후원금을 받을 당시엔 론스타가 범죄행위를 저질렀는지 알 수가 없었으며 나중에 론스타가 기소되고 나서 돈을 모두 돌려줬다고 해명했는데도 또 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박 후보측에선 나경원 후보가 ‘모르고’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석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나경원 후보가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나선 것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현재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뒤지고 있으니 마음이 급할 겁니다. 그러나 상황이 불리하고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상대를 비방하는 것은 천박한 일입니다.

 

저는 미국대사관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일을 통해 박원순 변호사를 처음 만났고 그 후 그가 하는 일을 주의 깊게 지켜보아 왔습니다. 그는 "서울시민을 현혹시키고 있는 '가짜 변화'의 세력“도 아니고 "뿌리가 없는, 선동하는, 이중적 잣대를 가진,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도 아니며, “자기만이 정의라고 내세우는 독선적인 세력”도 아닙니다.“ 그가 그런 사람이라면 명석하기로 소문난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그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서울시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박 후보가 크나큰 정치적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나 후보를 모든 여론조사에서 앞선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 후보는 나 후보처럼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화려한 길 대신 시민운동에 투신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소유의 집을 공익적인 일에 기부하고 월세 아파트에 사는데 월세가 비싸다고 비난 받는 박 후보. 나 후보처럼 소유 재산이 많았으면 그런 비난도 안 들었을 텐데, 참 안 되었습니다.

 

참고로 지난 3월 국회공보에 실린 ‘국회의원 재산변동 및 등록사항 공개목록’에 나와 있는 나경원 후보의 재산 내역을 한겨레신문에서 옮겨둡니다. 저도 언젠가는 나경원 씨처럼 10억 넘는 예금을 가져 볼 수 있을까요? 말하기 부끄럽지만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본인 명의의 아파트: 용산구 서빙고동에 166.98㎡(50.6평)형. 신고가 11억6000만원).

배우자 명의의 토지(6억1223만원), 배우자 명의의 상가(4343만원), 배우자 명의의 연립주택 전세권(6억1000만원), 본인 예금(11억7184만원), 배우자 예금(8억3687억원). 본인과 배우자의 채무(12억783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