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은행에 갔다가 불쾌한 기분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부터 신규로 예금에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는 사람은 무조건
세 종류의 "공공기관 전산정보 이용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합니다.
양식 1, 2, 3으로 되어 있는 이 동의서에는 개인의 인적 정보와 신용정보를 묻는 수많은 문항이 있고
그 문항마다 "동의함"과 "동의 안함"난이 있는데, "동의 안함"난에 체크하는 사람은
신규로 예금에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언뜻 보기엔 "동의함"과 "동의 안함"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의 안함"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양식2에는 예금자나 대출자의 인적 정보와 신용정보를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이 전산정보 이용동의서는 모든 금융기관에서 약 일 주일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를 상대해준 은행 직원도 이 새로운 동의서를 왜 받아야 하는 건지
의문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떠오릅니다. 이 나라는 지금 오웰이 예견한
'빅 브라더'의 지배 아래로 가고 있는 걸까요?
아무 때나 신상정보를 요구하면서 그 정보를 보호하는 데는 게으른 정부와 공공기관들,
머지 않아 온 국민의 신상정보가 나라 안팎을 떠돌게 되는 거나 아닌지,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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