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머님을 잃어 고아가 된 친구가 조문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전자메일이라고는 하지만 거기에 담긴 마음은 한지에 붓으로 그린 마음과 다를 바 없어
읽는 이를 뭉클하게 합니다. 그의 승락을 받진 않았지만 각계각층 여러 사람에게 보낸
이메일이니 공개해도 좋을 것 같아 여기 전재합니다.
어머니를 경기도 연천군 전곡 인근에 있는 실향민 묘소의 유택에 모시던 날,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았습니다.
좋은 때 보내드린 것 같아서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10년 전 산 밑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언제부터인가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날에는
큰 나비가 집 마당을 휙 스쳐 날아가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다녀가시는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머니를 아버지 옆에 합장하던 날에도 잘 생긴 검은 나비가 묘소 주변을 날아 다녔습니다.
그저 좋은 쪽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너무도 많은 분들이 빈소에 찾아와 경황이 없는 저를 따듯하게 위로해주셨습니다.
듣기에 가장 좋았던 것은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참 많이 먹었는데 하는 오랜 친구들의
말이었습니다. 우리 세대의 어머니들은 그저 자식들 뒷바라지를 평생 하시다가
홀연히 이승을 떠나시는 것 같습니다.
결례인줄 아오나, 세상이 바뀌었다는 핑계를 대며 우선 이렇게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효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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