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원자폭탄 30개 해당 (2011년 8월 12일)

divicom 2011. 8. 12. 23:09

오늘 저녁 뉴스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독려를 위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아름답지 않은 얼굴이 여럿 나왔습니다. 그런 얼굴들을 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SBS 8시뉴스에 나온 일본 도쿄대의 방사성동위원소센터 소장 고다마 다쓰히코(兒玉龍彦) 교수처럼 용기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다마 교수는 지난 달 27일 일본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출석,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출된 방사선의 양이 2차대전 때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29.6개 분에 해당한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원자폭탄의 잔존 방사능은 1년 뒤엔 1000분의 1로 줄어들지만 원전의 방사성 오염물질은 10분의 1 정도로밖에 줄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이외에도 토로트라스트라는 방사성 물질도 검출되었으며 이것이 2, 30년 후에 간암을 일으킬 확률은 25퍼센트 이상이나 된다고 말했습니다.

  


겸손하고 참을성 많은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는 고다마 교수지만 의회에서 발언할 때는 매우 분개한 모습이었습니다. 그건 후쿠시마의 방사능 유출이 일본 국민의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태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정부가 전면적인 방사능 조사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 어린이들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고다마 교수 같은 이가 저와 동시대인임을 감사하며 저도 그이처럼 용기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해봅니다. 이 뉴스를 접하며 드는 궁금증 하나는 고다마 교수가 7월 27일에 중의원에서 증언한 내용이 왜 보름이나 지난 이제야 우리나라 언론에 의해 보도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또한 SBS를 비롯해 여러 언론기관이 그의 성 '고다마'를 '고마다'로 표기하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단순한 게으름과 불성실의 소치일 수도 있지만, 무언가 심오한 이유나 계산이 숨어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 일어나고 우리나라야말로 그 좋은 사례입니다.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급식하자는데 그걸 반대하기 위해 세금 낭비해가며 주민투표를 하는 서울시장과 집권 정당의 나라, 고다마 교수는 일본 정부를 마음놓고 꾸짖을 수 있지만 우리가 그이처럼 일본 정부를 욕할 수 있을까요? 그랬다가는 '너나 잘하세요!'하는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