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텔레비전 시리즈 ‘형사 콜롬보’의 주인공 콜롬보로 유명한 배우 피터 포크가 23일 84세로 별세했습니다. 1927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눈 부위 종양 제거 수술 후유증으로 한쪽 눈을 잃고 평생 한 눈은 의안으로 살았습니다. 1971년 미국 NBC방송의 시리즈로 시작된 ‘형사 콜롬보’는 세계 26개국에서 방영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성우 고 최응찬씨의 목소리로 더빙되어 방영되었고 최씨가 별세한 후엔 배한성씨의 목소리가 대신했습니다. 두 성우의 목소리 모두 구겨진 트렌치코트에 눈썹을 찡그리던 콜롬보와 한 사람인듯 잘 어울렸습니다.
'형사 콜롬보'가 그렇게 인기있었던 건 거기에 나오는 범인들이 모두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가진 자들과 권력자들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어쩌면 '형사 콜롬보'가 인기를 누린 26개국에선 범죄를 저지른 부자와 권력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일이 적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아, 참, 한 가지만 더요 (just one more thing)'라는 대사를 하는 순간 시청자들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 말은 마침내 그가 범인을 꼼짝 못하게 하는 증거나 상황을 제시하여 범인 스스로 범인임을 인정하게 할 거라는 것을 알려주었으니까요.
그는 2007년 치과 치료 때 있었던 문제로 말미암아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증세가 심해진 후엔 자신이 ‘콜롬보’를 연기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팬들에게 그는 '영원한 콜롬보'였고 그들은 여전히 그를 '영웅'으로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지상에서 사라진 건 그의 육신일 뿐, '형사 콜롬보'는 우리가 살아있는 한 내내 우리 마음에 살아있을 겁니다.
또 한 사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죽음의 주인공은 배우이며 가수인 박용하 씨입니다. 이번 주 목요일에 열리는 그의 1주기 추도식엔 1천 5백여명의 팬들이 일본에서 날아와 참석한다고 합니다. 오전에는 그의 위패가 안치된 경기도 파주 약천사에서 불교식 추모제를 지내고 오후에는 그의 선친 --작년 10월 별세--의 위패가 있는 분당메모리얼파크 봉안당에서 추모식을 한다고 합니다. 그의 죽음 또한 그를 사랑하는 일본팬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육신이 이곳을 떠난 후에야 완성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지상을 떠나고 있고 누군가의 유해는 산이나 화장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 언젠가 그들의 죽음이 완성되는 날까지 안식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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