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난초 향기 (2011년 7월 9일)

divicom 2011. 7. 9. 11:51

다른 꽃들에겐 미안하지만 난초 꽃잎을 볼 때의 기분은 다른 꽃들을 볼 때와 사뭇 다릅니다. 무엇보다 난초는 소리 없이 피어납니다. 그럼 다른 꽃들은 소리지르며 피어나느냐고 따지면 할 말은 없지만 난초처럼 비밀스럽게 꽃을 피워내는 식물도 없을 겁니다. 푸른 세로 잎들 사이에 잎인양 자라던 꽃대에서 문득 꽃이 열리어 늘 보던 사람까지 놀라게 합니다.

 

겨우 두어 송이 여린 꽃에서 스며 나오는 난향은 새벽잠을 쫓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며칠 전 새벽 잠결 난향을 맡고 나가 막 맺힌 봉오리를 보았으니까요. 다 피운 후에야 제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그의 비밀을 훔쳐본 듯 미안했습니다. 

 

오며가며 그의 음성을 듣듯 향기를 맡다보니 그 꽃 떨어질 날이 벌써 안타깝습니다. 저 향기가 그냥 하염없이 저기 머물렀으면 좋으련만... 머지 않아 저 꽃이 뚝! 하고 떨어지는 날이 오겠지요. 언젠가 난꽃이 떨어지는 순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꽃이 떨어지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지금 그의 향내를 깊이 맡아두면 다시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지요. 난(蘭)... 그는 옆에 있어도 이미 그리운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