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상현실 (2011년 7월 5일)

divicom 2011. 7. 4. 23:15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학생들 목소리를 듣고 돌아오니 대학 시절 존경했던 김영무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설탕물을 먹고 꿀을 내놓는 꿀벌들 같던 교수들 사이에서 청정 선비 모습에 온화한 미소는 지으셔도 송곳처럼 날카롭던 선생님의 지성과 감수성이 그립습니다. 선생님은 2001년 꼭 지금 제 나이에 소천하셨습니다. 왜 하늘은 꼭 한 세상에 있어도 그리운 사람만 들어내가는 것일까요? 그곳에도 그런 지성과 감성이 부족한 걸까요?

 

선생님의 시 '수술 이후'를 읽으니 인격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병이란 놈이 새삼 야속합니다. 선생님의 시집 

<가상현실>에서 옮겨다 놓습니다. 구절 사이의 공백과 맨 끝 구절의 위치 모두 원문 그대로입니다.

 

 

수술 이후

 

 

허파 한쪽 잘라낸 후

 

추수 끝난 논바닥에 괸 물 속

 

붕어처럼

 

모로 누워서 흘끗

 

석양 비낀 하늘 한쪽 곁눈질한다

 

구름장 시꺼멀수록

 

                    저녁놀은 어기여차 더욱 붉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