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젊은 친구와 강연 듣고 밥 먹고 즐겁게 담소하고 돌아와 컴퓨터를 킵니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고대 의과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 관련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학교 측이 해당 사건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가해자들과 피해자를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보게 했다고 합니다.
의대 본과 4학년생 한모(24)씨와 배모(25)씨, 박모(23)씨는 지난 4월 21일 경기도 가평의 한 민박집에서 잠든 학과 동기 여학생 A씨의 옷을 벗겨 신체 부위를 만지고 촬영한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학교 측에서 A씨와 가해자들로 하여금 함께 기말고사를 치르게 했다는 것입니다. A씨가 성추행을 당한 다음 날 교내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학교 측에도 피해 사실을 신고했는데도 말입니다. 한씨 등 가해자들은 성추행은 시인하면서 상대적으로 처벌이 무거운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건 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A씨는 학교에서 가해자들을 대하면서 겪는 정신적인 고통을 주위에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에서는 "성폭력 사건 신고가 들어오면 진상 파악을 위해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격리하는 게 기본"이라며 "학교 측의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학교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게 학교 측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가끔 의사들이 진료 중에 환자를 성추행하여 물의를 빚은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의사가 자신을 믿고 몸이나 마음을 맡기는 환자를 추행할까 의아했는데 바로 이런 의대생들이 그런 의사가 되는 것이겠지요. 제대로 된 학교라면 이런 학생들의 학교 출입을 막고 이들이 의사가 될 수 없게 할 것입니다.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줍니다. 그런 고통을 주는 사람은 결코 의사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의사'는 적어도 고통을 없애주려 애써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혈액과 체액, 속옷 등을 맡겨, 한씨 등이 A씨에게 성폭행까지 했는지, 약물을 이용해 A씨의 의식을 잃게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A씨가 피해 당일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정신을 잃었다며 한씨 등이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네티즌들은 가해자들이 의사, 변호사 등의 아들들이라 이번 사건을 축소·무마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엄정처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로선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나서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의대생들의 처벌에 앞장서주었으면 합니다. 고려대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불명예스러운 스캔들에 시달려왔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명문사학'은커녕 '고려대가 학교인가?'라는 비아냥을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사건이 내 젊은 친구처럼 바른 길을 걷는 무수한 고려대 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 얼마나 큰 수치심을 초래할지... 참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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