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5일 삼호 주얼리호를 납치하고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쏘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소말리아 해적 마호메드 아라이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고, 다른 해적들에겐 징역 13년 또는 15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이 재판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재판부에 대한 비난과 냉소가 흘러 넘치기 때문입니다.
'나라를 잘 못 만나 해적이 되어 타국의 철창에서 중년이 되겠구나'하는 동정은 보이지 않고 '국민 정서와 반대되는 판결이다' '판사를 수입해야 한다'는 식이 대부분입니다. 조선일보와 다른 노선을 걷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에서 이 기사를 찾아 보았으나 댓글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이 사안 하나를 놓고 '보수'쪽의 자기 표현이 '진보'쪽보다 활발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제가 비정한 댓글의 필자들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그 글을 쓴 분들은 저 같은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마음이 스산하여 시집을 뒤적입니다. 여러 시집의 시구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더니 빅토르 위고의 <옛 집을 생각하며>에서 손이 멈춥니다. 그 중에서도 '밤의 태양' 몇 구절이 유독 눈길을 끄는 건 소말리아 해적들 때문일까요? 긴 시에서 몇 줄만 옮겨둡니다.
밤의 태양
오, 멀리 바다를 향해
들뜬 마음으로 떠난 수부(水夫)와 선장이
저 음울한 수평선에서 몇이나 침몰했던가,
영원히 사라진 그 많은 사람들의 고달프고 슬픈 운명이여!
달 없는 밤 끝없이 깊은 바다 위에
영원히 침전한 사람들이여!
(중략)
돌아오지 않는 이 기다리다가
죽어간 어버이는 몇 몇이던가!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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