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유월입니다. 즉 1, 2, 3, 4, 5월이 지나갔다는 말인데 그 백오십 여일을 어디에 다 써버린 걸까요? 무엇을 했는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과거를 기억나지 못해 좋은 점 하나는 가진 에너지 전부 현재와 미래에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6월엔 모두의 삶이 5월보다 수월하기를 바랍니다.
아흔 일곱 어머님이 한달 여를 머물고 가신 방에 들어 그 분의 시간을 생각합니다. 97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어머님은 기억하실까요? 자꾸 작아지는 육신을 누이고 주무시던 전기매트는 아직 그 자리에 있습니다. 문득 정복여의 시 '이상한 침대'가 생각납니다. 꿈꿀 줄 아는 시인, 그는 시간에 대해 저보다 잘 아는 것 같습니다. 반짝이는 시가 가득한 그의 시집 <먼지는 무슨 힘으로 뭉쳐지나>에서 인용합니다.
이상한 침대
밭이랑에 살던 외현호색 마른 잎을 모아
그 위에 흑산도 저녁 해를 깔고
그 위에 모래언덕에 떨어진 쌍둥이 유성을 깔고
그 위에 목련과 함께 떠난 봄비를 깔고
그 위에 양수리 겨울 강물결을 깔고
그 위에 들릴 듯 말 듯 풀벌레 노래를 깔고
그 위에 반지꽃 피운 일곱잎 클로버를 깔고
그 위에 마른번개를 깔고
그 위에 번개 사이로 떨어진 하늘을 깔고
그 위에 하늘이 되지 못한 상수리나무를 깔고
그 위에 딱따구리 나무색 울음을 깔고
그 위에 색깔마다 맛이 다른 드롭스를 깔고
생의 스프링을 삐걱이며
날마다 다시 떠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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