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눈물이 마른 풀을 적시는 현충일이 지나가니 6월의 첫 주도 끝이 납니다.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로 바쁘던 너른 길들도 마침내 고요를 맛보게 되겠지요. 비라도 내려주면 들떴던 세상이 찬찬히 제 자리를 찾을지 모릅니다. 흐린 날을 예보하는 몸이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세상의 열기를 생각하면 비는 늘 반갑습니다.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 모두 입을 다물고 손까지 침묵하게 하고 시 몇 줄씩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도 만나뵌 적 없지만 존경하는 강은교 선생의 시 '비'를 선생의 시집 <빈자일기>에서 옮겨둡니다. 모두들 사랑한다 하지만 시들기 전엔, 죽기 전엔, 그것이 사랑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
비
가만히 있게
내 적셔줄 테니
우린 살아 있네
사랑하지
죽어서 비로소
그렇지
시들게 빨리
시들어 더욱 깊이
만나는 그대와 나
그대 시듦으로
봄이면
꽃들 만발
자 가만히
내 적시면 적시는 대로
내 삼키면 삼키는 대로
어서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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