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후쿠시마 원전과 영덕군의 노력 (2011년 3월 14일)

divicom 2011. 3. 14. 09:01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났고 3호기에서도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측은 수소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며 바닷물과 붕소를 섞은 물을 원자로에 주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닷물을 주입한 원자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니 3호기의 폭발을 막기 위해 그것을 포기한 것이지요.

 

1945년 8월 2차대전 말기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의 힘을 경험한 일본으로서는 원자로의 폭발이 강진이나 쓰나미보다 더 두려울지 모릅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은 그것의 등장과 함께 상존해왔고 이번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입니다. 환경단체와 지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원전을 반대하는 것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님을 보여준 겁니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원전 후보지들입니다. 오늘 서울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경북 영덕군과 울진군, 강원 삼척시가 신규 원전 유치를 놓고 경쟁 중이라고 합니다. 오늘과 내일 한국수력원자력 신규 원전 부지선정위원회가 현지 실사를 하여 6월까지 부지를 결정한다고 하는데, 특히 영덕군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유치에 열심이라고 합니다. 영덕군은 2005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에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는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지역에 대해 72년간(준비 및 건설에 각 6년, 가동 60년간) 총 1조 5330억 원의 재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합니다.

 

영덕군의 군민들이 자신들이 유치하려는 것의 위험성을 충분히 아는지,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 체르노빌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를 알면서도 이렇게 유치에 열심인지 궁금합니다.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의 키예프(Kiev)시 남쪽 130㎞ 지점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의 4호 원자로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와 후유증으로 9천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은 원전의 위험성을 증명하며 세계시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원전이 아닌 발전 방식으로는 날로 늘어가는 전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원전을 짓는 정부들의 주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총 21기의 상업 원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원전 설비용량은 1만 8716만㎾로 전체 발전설비의 24.6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당장의 편리를 위해 위험이 상존하는 원전을 지을 것이 아니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필요합니다. 요즘 원유값 폭등에 대처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고 가로등을 끄는 일이 있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얼마나 줄일 수 있겠습니까?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찜질방처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시설을 줄이고, 여름에 좀 덥게 살고 겨울에 좀 춥게, 즉 좀 불편하게 사는 것일 겁니다. 불편과 위험, 둘 중에 어느 쪽을 택하는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