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화 (2011년 3월 18일)

divicom 2011. 3. 18. 11:14

여든 초입의 어르신 두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애잔하고도 답답합니다. 이 분들이 만나 하는 얘기는 늘 같습니다. 저의 외모에 관한 코멘트로 시작하여 당신들의 외모에 대해 한참 얘기합니다. 그 연세쯤 되면 외모로부터 자유로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20여 년 어린 제 생각일 뿐입니다.

 

두 분은 잘 늙어가고 계십니다. 얼굴의 주름살도 적당하고 몸도 노인다운 모습이 되었습니다. 두 분이 제 나이일 때보다 생활에 여유가 생겨 그때보다 비싼 화장품을 쓰고 비싼 옷을 입고 비싼 가방을 들고 있지만, 그런 것이 노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외모를 가꾸는 일보다 자신의 생을 점검하고 죽음을 준비해야 할 나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또한 제 생각일 뿐입니다.

 

당신들만 외모를 가꾸시면 좋겠지만 이 분들께는 '가꾸지 않는' 제가 거슬리나 봅니다. 얼굴이 늙었다, 몸매가 전과 다르다, 자꾸 지적하십니다. 그렇다고 두 분 얼굴의 주름과 무너져가는 체형을 지적하며 맞설 수는 없는 일, 회갑이 가까워지는 제 나이를 상기시켜 입막음을 해보려하지만 그도 여의치 않습니다. 이래저래 어른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재미없어집니다. 나이든 분들의 혜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 같은 것을 배우고 싶은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꿔"가 고작입니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알아내는 대신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다가 돌아가실 것 같습니다. 전에는 아흔까지만 살으시라고 해도 펄쩍 뛰시던 분들이 이젠 백수도 별 것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한 말 또 한다고 남을 흉보던 분들이 했던 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합니다.   

 

반면교사는 이미 넘치도록 많은데 두 분도 반면교사 대열에 합류하시는 겁니다. 아, 저 분처럼 살면 안되겠구나, 저 분처럼 말하면 안되겠구나... 도처가 스승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어리석은 일은 '미워하면서 닮는 것'입니다. 시어머니를 미워하던 사람이 나이들어 꼭 자신의 시어머니처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서 자란 사람이 폭력적인 아버지가 되는 일도 많습니다. 

 

사람들은 '나이들면 다 그래' 하고, 두 분도 '너도 나이들면 우리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하시지만, 청년이 각기 다르듯 노인도 다양합니다. 두 분을 비롯한 수많은 반면교사들을 보며, 닮지 말아야겠다, 젊은이가 재미없어 하지 않는 노인이 되어야겠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