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TV에서 돌싱과 모솔들의 짝짓기 프로그램
재방송을 보다가 패널 중 한 사람의 말에 기분이 나빴습니다.
처음 만난 여성을 잘 못 대하는 남자를 '어린 왕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그 어설픈 사랑꾼을 격려하느라 그런
표현을 썼겠지만, 저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고
있었으니 그 표현에 발끈한 거지요.
<어린 왕자> 속 어린 왕자는 몸집만 작을 뿐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현인이지만, '연애기숙학교
돌싱N모솔'의 '모태 솔로' 남자들은 거의 물정을 모릅니다.
그들이 사람과 세상을 공부할 때 <어린 왕자>도 꼭 읽길
바랍니다.
지난 5월 17일에 <어린 왕자>의 구절들을 소개했듯, 오늘도
몇 구절 소개합니다. 원문을 대충 번역하고 괄호 안에 제
코멘트를 덧붙입니다.
p. 54
His flower had told him she was the only one of her kind
in the whole universe. And here were five thousand of
them, all just alike, in just one garden.
그 꽃은 어린 왕자에게 자기 같은 꽃은 우주 전체에 자기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엔, 겨우 정원 하나에 그 꽃과 같은 꽃 오천 송이가
피어 있었다.
(아는 세상이 좁은 사람일수록 단정하기를 좋아합니다. 너른 세상을
아는 사람은 단정하지 않고 늘 여지를 남깁니다.)
p. 59
"It's something that's been too often neglected. It means, 'to
create ties'..."
"'To create ties'?"
"That's right," the fox said. "For me you're only a little boy just
like a hundred thousand other little boys. And I have no need
of you. And you have no need of me, eigther. For you I'm only
a fox like a hundred thousand other foxes. But if you tame me,
we'll need each other. You'll be the only boy in the world for me.
I'll be the only fox in the world for you..."
"길들임을 도외시하는 일이 흔한데, 길들임의 뜻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야..."
"'관계를 만든다'고?"
"응," 여우가 말했다. "너는 내게 무수한 어린 소년들 중 하나일 뿐이야.
그러니 내겐 네가 필요하지 않고 너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네게 나는
무수한 여우들 중 하나일 뿐이니까. 그런데 네가 만약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내게 너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년이 되고
나는 네게 세상에 하나뿐인 여우가 되니까..."
(길들인다는 건 상대를 알게 되는 것이겠지요.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도 있지만, 사람은 입체적 존재라 사람을
아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요즘은 세상의 변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사람들은 아주 빨리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니
헤어짐과 이혼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요.)
p. 60
"People haven't time to learn anything. They buy things ready-made
in stores. But since there are no stores where you can buy friends,
people no longer have friends. If you want a friend, tame me!"
"사람들에겐 뭔가를 배울 시간이 없어. 사람들은 상점에서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사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어. 그러다 보니 이제 사람들에겐 친구가
없어. 네가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사람들에겐 SNS 친구가 많지만 그중에 진짜 친구는 드뭅니다. 모두가
외롭다며 애완동물, 약, 술, 병원을 찾지만, 외롭기 싫으면 제일 먼저
사람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오래되었으나 변치 않는 진리를 담은 책
<논어>에 '덕불고 (德不孤)'라 했습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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