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어설프게 아는 것 (2026년 5월 20일)

divicom 2026. 5. 20. 11:41

스타벅스가 광주민주화운동 46주년에 내놓은 '탱크데이' 이벤트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이 당일 저녁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경질했지만, 물의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와 ‘탱크 듀오 세트’라는 이름의

텀블러 세트를 홍보하며, '책상에 탁!'과 ‘5·18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상식적인 한국인들에게  '책상에 탁'은 전두환 정권 말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하다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 씨의 죽음을

상징하고, '5·18 탱크'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진주했던

계엄군의 장갑차를 뜻합니다. 

 

그 두 표현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촉발시켰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는

글을 X(옛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어떤 '저질 장사치'가 이런 표현을 썼는지 조사하면 나오겠지만, 저는

이 홍보 이벤트를 기안한 사람이 어설프게 아는 단어들을 사용했다가

지금의 사태를 야기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요즘 뭔가에 대해, 특히 역사에 대해 아는 척하는 사람들 중엔 

어려서 만화에서 본 것이나 커서 드라마에서 얻은 지식 아닌 지식을 

진짜 지식인 것처럼 떠벌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스타벅스 사태를 보니 어설픈 지식의 위험을 경고했던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 (Alexander Pope: 1688-1744)의 

'A Little Learning'이 떠오릅니다. 시 원문과 함께 앞부분을

번역해둡니다. 

 

 

A Little Learning

 

A little learning is a dangerous thing;

Drink deep, or taste not the Pierian spring:

There shallow draughts intoxicate the brain,

And drinking largely sobers us again.

Fired at first sight with what the Muse imparts,

In fearless youth we tempt the heights of Arts,

While from the bounded level of our mind,

Short views we take, nor see the lengths behind,

But, more advanced, behold with strange surprise

New, distant scenes of endless science rise!

So pleased at first, the towering Alps we try,

Mount o'er the vales, and seem to tread the sky;

The eternal snows appear already past,

And the first clouds and mountains seem the last;

But those attained, we tremble to survey

The growing labours of the lengthened way,

The increasing prospect tires our wandering eyes,

Hills peep o'er hills, and Alps on Alps arise!

 

 

어설프게 아는 것

 

어설프게 아는 건 위험해.

피에리언 샘*의 물은 깊이 들이켤 것 아니면

맛도 보지 말아야 해.

조금만 마시면 머리를 취하게 하고

많이 마셔야 다시 맑아지니.

뮤즈가 전해주는 것을 보고 첫눈에 달아올라

우리 겁 없는 철부지들은 예술의 경지를 넘보지,

제한된 생각에서 짧은 견해를 취할 뿐

그 너머를 멀리 보진 못하면서.

좀 더 나아가서 봐, 저 먼 곳 새롭고 끝없는

학문의 세계가 신기하고 놀랍게 떠오르는 장면을!

(하략)

 

*피에리언 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뮤즈들의 샘으로 지식, 영감, 배움의 원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