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장기 백수' 젊은이들 (2026년 5월 28일)

divicom 2026. 5. 28. 11:35

비 그친 아침이 아름다워 집을 나섭니다. 비 맞은 뒷산의 향기가

온몸을 감싸 주니 행복하고도 미안합니다. 이런 느낌을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요.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천변입니다. 푸른 잎들은 반짝이고 꽃이

무리지어 핀 곳엔 나비들이 춤을 춥니다. 늙은 사람은 걷고 젊은

사람은 뛰어 가는 길, 제 걸음도 가볍습니다.

 

그런데, 건너편에서 젊은이 하나가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옵니다.

풍경에 걸맞지 않게 어두운 얼굴. 검은 옷을 입어 더 어두워 보이는

걸까요? 문득 엊그제 본 기사가 생각납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 중에서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의 비중이 12.7퍼센트로 2004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장기

실업자 혹은 장기 백수라고 한다는데, 장기 백수의 절반 이상이

20대와 30대라고 합니다.

 

미숙련 근로자들이 하는 초보적인 일을 AI에게 시키는 회사가

많아지는 데다, 너무나 경직된 노동 시장이 기업의 근로자 고용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장기 실업 중인 젊은이들을 생각하니 큰돈을 받을 삼성전자 직원들이

떠오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노사

합의에 따라 1인당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받는다고 합니다.

 

동아일보 장원재 논설위원이 지적한 대로 "업황이 좋았다는 이유로

초고액 성과급을 받게 된 수만 명이 우리 공동체에 미칠 영향", 특히

젊은 장기 실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됩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60526/133997590/2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젊은이의 어두운 얼굴이 혹시 장 위원의 걱정을

증거하는 것 아닐까요? 장 위원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막대한 성과급을

당연한 보상으로 받아들이고 하청기업 비정규직과의 격차를 노력과

실력 때문으로 돌릴 때,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에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최악의 자본주의적 병폐와 공동체의 균열을 보여 주고 있는 오늘의

한국. 자기소개서 쓰느라 과로하던 백수들이 마침내 맞춤한 일자리를

찾아 비 젖은 천변의 꽃과 나비처럼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MYyeK2GipY&list=RDjMYyeK2GipY&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