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80: 노부부 걱정 (2026년 3월 7일)

divicom 2026. 3. 7. 11:03

우리 동네에는 가구당 면적이 100평을 넘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산 아래라 높이 제한이 있어 7층으로 지어진

건물 두 동뿐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거대합니다. 저는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보다

걱정합니다. 남의 눈에 띄는 '부(富)'는 시기를 부르기 쉬울

테니까요.

 

그 아파트에 사는 노부부를 처음 본 건 작년 말쯤, 그들이  

제가 자주 가는 카페에 오면서부터입니다. 제가 그들을 '노부부'라

하는 건 그들의 목소리 때문입니다. 저는 눈이 심하게 나빠

그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묵소리만 들리는데, 목소리로 보면

85세쯤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70대인데 목소리만 80대일

수도 있을 겁니다. 대개 목소리에 권위를 실어 발성하는

사람들은 목소리가 먼저 늙으니까요.

 

남편은 병원(의원)을 운영하는 의사이고 부인은 의사 남편

덕에 편안하게 나이 든 듯한데, 한 번도 말을 나눠 본 적이 없는

그 부부에 대해 이만큼 알게 된 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매우

커서입니다. 노부부는 돈, 금, 은 등 재산이나 돈을 많이 번

지인들에 대해 주로 얘기합니다.

 

저는 그들이 많이 가진 것을 거의 갖지 못했지만, 그들이 사는

아파트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부가 걱정됩니다.

의사 노릇으로 돈을 벌었다는 건 남의 고통 덕에 돈을 벌었다는

뜻이니까요.

 

남의 고통 덕에 돈을 벌었으면 늘 미안한 마음으로 돈 자랑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남의 고통을 덜어

주었으니 자랑할 만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통을 덜어준 게 자랑이 되려면 고통을 덜어준 값으로

부자가 되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는 수 없이 부자가

되었으면 남을 위해 써야 하고요. 남성당한의원으로 돈을

버신 김장하 선생님처럼.

 

동네 카페엔 늘 오던 사람들이 여전한데 이제 노부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가끔 두 사람을 생각합니다. 부디 별일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