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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79: 부모가 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2026년 3월 4일)

divicom 2026. 3. 4. 11:01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고 우리 중 누군가는

누군가의 부모입니다. 자식이 되는 건 선택할 수

없지만 부모가 되는 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식이었던 제가 부모가 되어 여러 십 년을 살면서

스스로 경험하고 수많은 부모를 목격하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영광스럽고도 어려운 일은 좋은 부모가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치동이나

목동에 '자가'로 살거나 샤넬백을 들고 마이바흐를

탄다고 해서 좋은 부모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좋은 부모가 되는 조건 중 첫째는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들어 주는 것이고, 그러려면 부모의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합니다. 

 

정자만 제공하는 아버지는 나이가 좀  들어도 상관없지만,

약 10개월 동안 아기의 집이 되는 어머니의 몸은 젊어야 

합니다. 요즘은 마흔 넘은 여성의 초산이 적지 않은데, 

그런 어머니에게서 태어나는 아기는 젊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기들보다 신체적으로 불리할 겁니다.

 

부모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알코올, 니코틴, 도박 중독이

있거나 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있으면 아기를 갖지

말아야 합니다. 태어난다는 것, 살아간다는 건 간헐적

기쁨, 즐거움과 함께 평생 지속되는 외로움과 병, 노화,

죽음을 겪는 것인데 거기에 더 큰 고통의 가능성까지 

얹어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두 번째로 중요한 부모의 조건은 자식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주는 것입니다. 너무 바빠서 자식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것보다 더 나쁜 건 아기가 부모, 특히 어머니의 최우선

순위가 아닌 경우입니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부모가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면 아기가 구김살 없이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일 함께한다 해도 부모에게 아이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면 아이는 늘 사랑 부족을 겪고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자랄 겁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준다는 건 무엇보다도

아이와 소통하는 것입니다. 열 시간을 함께 있어도 아이에겐

책을 보라 하거나 놀라 하고 자신은 휴대전화만 들여다 본다면, 

그건 시간과 에너지를 주는 게 아닙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아이와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부모가

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말'은 아이에게 사랑받는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는 소통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아이의 지능과 

정서의 발달에 꼭 필요한 자극이니까요. 장애로 인해 말할 수 

없는 부모라면 주변의 도움, 포옹이나 다른 제스처를 통해

아이와 소통함으로써 아이에게 사랑과 자극을 주어야겠지요. 

 

세 번째로 중요한 건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를 둘 이상 낳는 사람들 중에는 '아이가 하나면 외로울 테니

적어도 하나는 더 낳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태어난다는 건 외로운 존재가 되는 겁니다. 외동이라서 외로운 게

아니고 인간이기에 외로운 것이지요.

 

아이가 외로울까 봐 아이를 더 낳거나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장

먼저 자신에게 '나는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을 사람인가?' 물어야

하고, 아이를 둘 이상 가진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이 아이들을 차별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야 합니다. 

 

제 주변엔 자식들을 차별하면서 그 사실을 모르는 부모가 많이 

있습니다. 외로움은 인간이 극복해야 할 본연의 조건이지만,

차별은 나쁜 부모 혹은 어리석은 부모를 만난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주어지는 고통입니다.

 

부모 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부모가 되지 않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나쁜 부모가 되어

불행한 자식들, 즉 불행한 사람들을 세상에 내놓는 것보다는

아예 자식을 갖지 않는 게 자신과 사회에 좋을 겁니다.

 

자식이 없으면 늙어서 외롭지 않겠느냐고요? 늙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십시오, 자식이 있으면 외롭지 않은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외로움은 인간 모두에게 주어진 조건입니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식을 이용하려 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나쁜' 부모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