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78: 해바라기 (2026년 2월 22일)

divicom 2026. 2. 22. 11:30

나이가 든다는 건 무엇보다 몸의 존재를 늘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젊을 때는 몸을

잊고 살다가 병이나 사고가 나서 몸이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그때에야 내게 몸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노화는 다양하고 새로운 불편과 통증, 실수를

통해 시시각각 몸을 부각시킴으로써 인생이

유한함을 알려줍니다. 노년은 생의 유한함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며 어리석음을 지우고

지혜를 습득, 실천하는 시간이 되어야겠지요.

 

그러나... 제 경우엔 어리석음이 지워지는 대신

날로 선명해지니 노년이라는 시간을 사는 게

진흙밭을 걷는 것 같습니다. 나이는 키보다 높이

쌓였는데, 파란 하늘을 보며 웃음 짓다가 미세

먼지의 습격에 눈살을 찌푸리며 젊어서와

다르지 않게 살고 있으니까요.

 

엊그제 만난 문장 하나가 가슴으로 훅 들어와

얼굴을 붉히게 한 건 바로 그래서일 겁니다.

황성곤 선시조집 <벽암시록 진진삼매 (碧巖詩錄

塵塵三昧)> 27쪽에 나오는 시 '날마다 좋은 날

(日日好日)'의 한 줄입니다. 

 

 

검은 해 장대비로 생사를 갈라보니

번개 구름 찰나에 몇 생이 저려온다 

 

여름 밖 운문의 꿈 뚫고

햇살 하나 찬란하다

 

오늘 이전 이후의 일은 오리무중

울고 웃는 것이 하나인 저 해바라기

 

날마다 좋은 날이오

오늘이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