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개가 총총걸음을 걸으며, 사방으로 코를 킁킁거리면서,
줄어들어 가고 있는 모래둑 근처를 느릿느릿 걸어갔다.
지난 날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율리시즈 (Ulysses)>에서 인용.
오랜만에 <율리시즈>를 집어들었는데 하필 이 문장이 눈에 띕니다.
추억에 잠기는 사람들도 모래 속을 킁킁대는 개와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파도가 여러 번 다녀간 모래밭을 킁킁대는!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1914년부터 1921년까지
칠년에 걸쳐 쓴 장편소설 <율리시즈>는 못된 애인과 같습니다.
조이스가 초판 모두에서 의기양양하게 예언했던 대로, 이 소설은 지난 백년 간
전 세계의 무수한 학자들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그들을
곤경에 빠뜨렸습니다.
이 소설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해 쓰여진데다 동음이의어와 암시어가 많아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니까요. 오죽하면 세계 190여개 국 가운데
<율리시즈>를 완역한 나라가 10여개 국에 불과하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이 책의 완역본을 갖게 된 건 고려대학교의 김종건 교수 덕입니다.
일찌감치 조이스의 '사도'가 된 김 교수는 평생을 조이스 연구와 그의 작품 번역에
매진하여 1988년에 주해서 한 권을 포함해 여러 권으로 이루어진 완역본을 내놓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 교수님이 아직 그 학교에 계신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레오폴드 블룸이라는 남자가 평범한 어느 하루 (1904년 6월 16일) 동안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겪고 생각하는 것들을 보여줍니다. 그날은
조이스가 자신의 아내가 될 여인과 처음 데이트한 날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날을 선택한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율리시즈>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Odysseus)를 라틴어로 표기한 것입니다.
조이스는 어린 시절 찰스 램 (Charles Lamb)이 어린이용으로 쓴 <율리시즈의 모험>을
읽고 감동하여, 그때부터 율리시즈를 자신의 영웅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조이스의 팬들은 6월 16일을 '블룸스데이(Bloomsday)'로 명명하여 기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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