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동신병원 '은탁 선생' (2024년 1월 28일)

divicom 2024. 1. 28. 12:52

룸메이트는 TV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지만

SBS에서 시즌3까지 방영했던 '낭만닥터 김사부'의

열렬한 팬입니다. 그가 그 드라마에 빠져든 건

그 드라마가 얘기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관에

부합하기 때문일 겁니다.  

 

일터에선 무엇보다 실력이 있어야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실력을 발휘해야 하고,

그 바탕엔 인간, 특히 약자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머니가 20일 넘게 누워 계신 동신병원은

'남만닥터 김사부'가 일하는 '돌담병원'과 많이

다를 겁니다. 돌담은 드라마 속에 있고, 동신은

서대문구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동신병원에서 돌담병원 '은탁 선생'처럼

멋진 간호사를 발견했습니다. 제 시력이 워낙

나빠 그의 명찰에 적힌 이름을 보진 못했지만

그는 틀림없는 '은탁 선생'입니다.

 

가끔 마주칠 때는 그가 은탁인 것을 몰랐습니다.

늘 심각해 보이는 얼굴에 말수가 적은 남자

간호사로구나 생각했을 뿐이지요. 

 

그런데 어제 어머니의 혈관에 꽂았던 주사가

빠졌습니다. 한 간호사가 다시 혈관에 주사 놓기를 

시도하다 포기한 후 그 심각한 간호사가 왔습니다. 

그는 양쪽 팔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어머니에게 어느

부위가 아픈지 한참 확인하더니 마침내 혈관을 찾아

주사를 놓았습니다.

 

어머니는 94세 연세도 연세지만 본래 혈관이 잘

잡히지 않아 많은 간호사들을 힘들게 하셨는데,

은탁 선생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도 변함없이

조용했습니다.  다시 그를 만나면 꼭 그의 이름을

확인해야겠습니다. 그때까지 그는

'동신병원 은탁 선생'입니다.

은탁 선생,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