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군데 돈을 보내야 할 곳이 있어서
텔레뱅킹을 하는데, 암호 숫자를 두 번이나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세 번 잘못하면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는 투의 ARS 협박을
들었습니다.
마트에 생강을 사러갔습니다.
흙생강은 100그램에 2,300원인데
바로 옆 '깐 생강'은 698원이라기에
한 봉을 샀습니다. 집에 돌아와 찬물로
땀을 씻고 나서야 698원이 아니라
6980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본래 숫자에 어둡고 눈도 몹시 나쁘지만
깐 생강이 흙생강보다 비싼 게 당연한데
그런 실수를 하다니... 부끄러웠습니다.
저녁밥을 해 주겠다는 아들에게 찬밥이
많으니 달걀볶음밥을 해 달라고 했는데
아들이 밥을 볶으려 하니 찬밥이 없었습니다.
찬밥 있던 것을 점심에 먹고도 냉장고에
있다고 착각한 겁니다.
다행히 텔레뱅킹 실수는 두 번으로 끝났고
마트에서는 생강을 환불해 주었습니다.
찬밥이 없어 놀란 저를 본체만체 아들은
얼른 밥을 지어 달걀볶음밥을 해 주었습니다.
연거푸 실수를 저지르고 나니 머리가 띵합니다.
저라는 인간을 믿어도 될까 요?
도대체 실수를 거듭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가 직장생활할 때 아들을 보살펴 주신
어머니와 이모 두 분 모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계시고, 꼭 마지막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 후배의 어머니께 인사 드리지 못한 게
마음 아파서일까요?
제 마음을 채우고 계신 세 분 때문에 연거푸
실수를 저질렀지만, 실수의 원인이 사랑이라
잘 마무리된 것일까요?
실수의 원인이 사랑이라 해도, 그래도...
내일은 실수 없는 하루를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