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84: 우리는 하나 (2023년 8월 24일)

divicom 2023. 8. 24. 11:08

노년은 발견의 시기입니다.

내 몸에 이렇게 많은 기관이 있었던가, 이렇게

다양한 고통이 숨어 있었던가... 끝없이 발견하는

시간입니다.

 

손목에서 어깨 사이 어디를 눌러도 아픕니다.

무릎과 발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을 내야지 하고 평소보다 조금 더 열심히

먹으면 배를 채우고 있는 각종 장들이 힘들다고

불평합니다.

 

혼자 샤워를 하실 수 없게 된 어머니를 씻어 드리고

오면 제 몸 이곳저곳에 파스를 붙이고도 밤새

끙끙 소리를 내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도 대개 몸의 불평을 듣습니다.

타고난 튼튼 체질 덕에 주변의 약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갑자기 태업에 들어간

당신의 다리를 내려다 보며 "내가 이런 꼴이

될 줄이야" 탄식하십니다.

 

젊은 시절 훈련 한 번 받지 않고도 기록적 속도로

100미터를 주파해 학우들을 놀라게 했던

룸메이트는 부어오른 한쪽 발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평생 건강을 자랑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찾아온

이상 현상에 놀라는 것을 보며 저는 속으로 웃습니다.

그들의 고통이 고소해서가 아니라 제게는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깁스를 너덧 번이나 했기 때문에 '사고는

순간이나 회복은 수년'이라는 걸 압니다. 모기 물린 자국이

화농하여 몇 달씩 괴로울 수 있다는 것, 어제까지 멀쩡하던

허리가 하룻밤 사이에 움직일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바삭한 채소 튀김을 먹다가 이가 툭! 부러질 수

있다는 것, 전에는 맛있게 먹던 타르트 한 조각이 며칠씩

소화불량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손이 닿지 않는 등에

문득 솟은 종기가 몇 달씩 낫지 않아 잠을 방해할 

있다는 것도 ... 

 

노년을 살아가는 건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것을

닮았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탐험이지요.

아프면 외롭다고 하지만 아픔 덕에 오히려 외로움을 덜 수도

있습니다. 내가 처음 만나는 고통과 불편을 이미 겪고

있는 사람들, 이미 겪은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지금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겪고 있는 사람들, 백 년 전

한반도에서 신음했던 사람들, 오 백 년 전 오세아니아나

스칸디나비아에서 아팠던 사람들...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생로병사의 원칙처럼 지구인

모두에게 주어지는 조건, 이 조건 속에서 과거 지구별에

존재했던 사람들과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모두는

한 가족입니다. 고통 속에서 우리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하나됨'을 경험합니다.

역시 아무리 나쁜 일에도 한 가지 좋은 일은 있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