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 칠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나 해당되는
단어로 생각했는데, 어느 날 어머니 연세가 되고
마침내 내 것이 되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칠순: 일흔 살'이라는 정의 아래
"옆집 할머니께서는 칠순이 훨씬 넘으셨는데도 아직
정정하시다."는 예문이 있습니다.
아흔이 넘으신 어머니가 두 딸의 생일을 맞아
호텔 식당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저는 생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호텔이 동네에 있고 한 주에 생일을 맞은 동생이
가자고 하는데다 외출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이달 초부터 갑자기 외출 불능 상태가 되셨던 것을
생각해 가기로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새 많이
호전되시어 느리게나마 다시 걷게 되셨습니다.
네 사람이 모이니 식탁 위엔 네 가지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직원들의 서비스와 상관없이
음식은 훌륭했습니다. 동생과 올캐에게서 마음 담은
카드를 받고 동생 편에 조카가 보낸 축하금으로 산
치즈케익을 커피에 곁들여 먹었습니다.
생일 잔치는 뭐 하러 하나, 생일이 축하할 날인가-
고통스러운 생生이 시작된 날인데? 평소의
생각은 저만치 미뤄두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 넷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다시
소리내어 불평하시는 게 좋았습니다. 열 가지가 좋아도
한 가지가 마음에 안 들면 불평하시던 어머니가
다리를 쓰시지 못하는 동안엔 거의 입을 닫고 계셨으니까요.
사회적 나이는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이는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어제 제 칠순을 축하해주신
이춘매, 김청희, 김수자, 이정우, 네 분께 깊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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