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우린 '사사받지' 않는다 (2023년 5월 23일)

divicom 2023. 5. 23. 07:42

글의 제목 옆 괄호 속에 '5월 23일'이라고 쓰는데

이날이 무슨 날이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타계한 날입니다.

양심이 욕심보다 컸던 그는 저세상으로 갔고

그 같지 않은 사람들은 흰머리로 혹은 검게 물들인

머리로 뉴스 안팎을 총총댑니다.

 

우리와 동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지만, 반면교사는 넘쳐도 교사는 드물고 스승은

더욱 드뭅니다. 스승을 섬기며 가르침을 받음을

뜻하는 '사사(師事)하다'가 '사사받다'로 잘못

쓰이는 일이 흔한 이유도 바로 이런 세태 때문일지

모릅니다.

 

우리말 산책

‘사사’는 받는 게 아니라 하는 거다

엄민용 기자

 

'선생(先生)’은 보통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로 쓰인다.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이 곧 ‘선생’이다. “엄 선생, 이것 좀

도와 줘” 등처럼 남을 높여 부르는 말로도 쓰인다.

 

‘선생’은 요즘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지만, 옛날에는 주로

관직에 쓰던 말이다. 조선시대 때 성균관에 둔 교무 직원이

‘선생’이고, 각 관아에서 전임 관원을 이르던 말도 ‘선생’이다.

고려시대에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 대한 존칭으로 '선생’이

쓰였다. “아무리 벼슬이 높은 사람이라도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면  ‘선생’이라 부르지 않고 그저 ‘대인’이라 불렀다”는

얘기가 <해동잡록>이라는 문헌에 실려 있다.

 

그렇게 대단한 ‘선생’을 더 높여 이르는 말이 ‘스승’이다.

특히 ‘스승’은 단순히 지식과 학예 따위를 전달해 준 사람보다

‘가치와 이념 등을 깨닫게 해 '삶을 인도해 준 사람’의 의미가

더 강하다. 우리가 매년 5월15일을 ‘스승의날’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스승의 날’은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단

단원들이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위문하기 위해

찾아가기 시작한 데서 유래됐다. 처음에는 5월26일이

‘은사의 날’이었는데, 1965년 교직단체 등이 기념일을

주관하면서 우리나라 문화와 교육에 큰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의 탄일인 5월15일(음력 1397년 4월10일)로 변경했다.

 

한편 스승과 관련해 자주 틀리는 말로 ‘사사받다’가 있다.

‘사사(師事)’는 “스승으로 섬김” 또는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음”을 뜻한다. 즉 ‘사사받다’는 ‘내’가 스승이

됐다는 의미가 되고 만다. 또 ‘사사’에는 이미 ‘받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사사받다’는 ‘사사하다’로 써야 한다.

 

아울러 스승이나 윗사람이 남자인 경우 그 부인을 부르는

말은 ‘사모님’이고, 스승이나 윗사람이 여자라면 그 남편을

‘사부(師夫)님’ ‘○ 선생님’ ‘○ 과장님(직함이 있을 때)’ 등으로

쓰는 것이 우리말의 언어 예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