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바다,
그 바다가 오늘 제 창문으로 쑥 들어왔습니다.
시속 24.1 킬로미터 남서풍을 타고 온 겁니다.
창가에 서서 눈을 감습니다.
머리칼과 치마가 바람을 타고 얼굴과 몸을 휘감습니다.
'타이타닉'의 뱃머리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바람과 바람이 때로는 연인처럼 때로는 성난 아버지와
주눅든 아들처럼 낮고 높은 말을 주고받습니다.
바람이 바다를 옮기며 묻어 두었던 말을 쏟아내는 동안
새들은 침묵합니다. 예의를 모르는 건 사람뿐이니까요.
파도가 거세어지고 바람의 목소리가 거칠어집니다.
길을 방해하는 마천루들 때문이겠지요.
잠시 눈 뜨고 내려다보니 바쁜 택배 차들과 휴대전화에
잡힌 행인들, 영락없는 어제입니다.
멀리서 앰뷸런스의 사이렌이 울립니다.
누군가가 바다를 만나는 순간 누군가의 목숨은 경각에 달리고
누군가는 바람 너머로 가고 누군가는 어제를 삽니다.
다시 눈을 감습니다.
바다가 온몸을 감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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