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124: 말하지 말고 (2022년 6월 14일)

divicom 2022. 6. 14. 07:36

첫 직장에서 만 12년을 보냈습니다.

그때 만난 사람들은 때로는 교사로서

때로는 반면교사로서 제게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 중에 실력 있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선배 기자로서는 존경스러웠지만 인간으로서는

존경할 수 없었습니다. 기사를 잘 못 쓰는 기자들을

꾸짖는 태도가 특히 거슬렸습니다. 잘못을 야단치는 데서 벗어나

'국민학교는 나왔냐?'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했으니까요.

그 선배에게 늘 당하던 기자 하나가 갑자기 쓰러져 죽었을 때는

그 선배로 인해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배에게는 일과 상관없어 보이는 여성들로부터 전화가

자주 왔습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회사로 전화가 왔고

그러면 제일 후배인 제가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선배에 대한 존경심이 줄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그 선배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제게도 나가자고 권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멀리 살았지만 차를 몰고 와 태워가겠다고도 했습니다.

 

지금의 저 같으면 그냥 웃고 말았을 텐데 그때의 저는

웃긴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인 아닌 여자를 만나고 후배들을

모욕하는 등 나쁜 짓을 하더니 이제 교회에 나가

마음의 짐을 덜겠다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배에게 말했습니다. "저한테 교회 가자고 하지 마세요.

교회에 다니셔서 다니기 전보다 훌륭해지시면 가자고 안 하셔도

가겠습니다." 하고. 

 

셸 실버스틴의 시 '말하지 마 (Don't Tell Me)'에서 그때 제 마음을

보았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Don't Tell Me

 

Please don't tell me I should hug,

Don't tell me I should care.

Dont' tell me just how grand I'd feel

If I just learned to share.

Don't say, "It's all right to cry," 

"Be kind," "Be fair," "Be true."

Just let me see YOU do it,

Then I just might do it too.

 

말하지 마

 

사람들을 안아줘야 한다고 말하지 마,

사람들에게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지 마.

나누는 법을 배우기만 하면 크나큰 행복감을

느끼게 될 거라고 말하지 마.

"울어도 돼," "친절해야 해," "공정해야 해,"

"진실해야 해"라고 말하지 마.

그냥 네가 그러는 걸 보여줘,

그러면 나도 따라할지 모르니까.

-- 셸 실버스틴의 <걸음길이 끝나는 곳 (Where the Sidewalk Ends)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