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40: 불행을 광고하라(2020년 7월 18일)

divicom 2020. 7. 18. 07:09

어제는 제헌절, 뜨거운 햇빛 아래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오래된 질문을 소환했습니다. 법은 무엇인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돌아가신 아버지는 ‘사’자 붙은 직업인, 특히 법 집행에 종사하는

검사, 판사, 변호사는 결혼상대로 취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왜 그러시느냐고 여쭈면 ‘법은 권력의 시녀’라 그렇다며 웃으셨지요.

짧지 않은 시간 지구인으로 살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는

일들을 볼 때면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선행은 법과 상관없이 일어나며 악행은 법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착한 사람은 믿고, 약은 사람은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은 종교를 닮았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법과 무관한 사람으로 살다 가고 싶습니다.

 

제게 이 영악무도한 세계에서 살아가야 할 어린 자녀가 있다면

저는 결코 법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너 자신을

지켜라, 법이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믿지 마라’라고 하겠지요.

그 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과 제가 살아온 세상이 아주 다르니

제 경험에 빗대어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고도

못할 겁니다.

 

그래도 그 아이가 한마디 해달라고 조른다면

'행복을 자랑하지 말고 불행을 광고하라'고 하겠습니다.

 

건강을 자랑하지 말고 고통을 광고하고

부(富)를 자랑하지 말고 가난을 광고하라고.

나의 행복은 남의 질투를 유발하는 일이 많지만

나의 불행은 대개 남을 위로한다고.

 

그러니 행복을 자랑하는 대신 불행을 광고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