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조문은 관광이 아니다: 박원순 시장 분향소 (2020년 7월 12일)

divicom 2020. 7. 12. 08:57

사람의 형상을 한 축생들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람 시늉을 하는 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존재는 조금도 놀랍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아져 진짜 인간의 수를

뛰어넘는다는 것입니다. 어젯밤 박원순 서울시장을

위한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이 마땅한 침묵 대신

소음으로 가득했던 것도 그들 때문이었겠지요.

 

참고로 '인간'은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을

뜻합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정의.

 

휴대전화로 끊임없이 촬영하는 자들,

함께 온 사람들과 쉬지 않고 나불대는 자들,

다른 곳에 있는 누군가와 큰소리로 통화하는 자들,

풀밭 위에 앉아 떠드는 자들, 풀밭 위에 서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자들... 축생들의 행태는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어떤 관심종자 변호사 나부랭이는 고인의 사망

추정 장소를 돌아다니며 유튜브 생방송으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니 축생의 종류는 커피의 종류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이들의 행태가 문제되는 건

망자가 박원순 시장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돌아간 사림이 누구든, 존경받던 사람이든 관심종자든,

그의 빈소나 분향소에서는 최소한 지켜야 할 예의가 있습니다.

 

축생과 인간을 구별짓는 기준은 소위 T.P.O.에 맞게 행동하는가 아닌가입니다.

시간(time), 장소(place), 경우(occasion)에 맞게 행동하면 인간이고

그렇지 못하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다양하나 비슷한 축생들과 함께 긴 줄에 섰다가

마침내 영정 앞에 서니 ‘이들로부터 해방되셨으니 잘 쉬시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맹활약을 지켜보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 마스크를 쓰고도 여전히 떠드는

사람들, 타인의 죽음은 나의 거울임을 모르는 사람들,

조문은 관광이 아님을 모르는 사람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직 한마디 '쉿'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