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페스트>의 몇 구절을 옮겨 적습니다.
괄호 속 내용은 제가 이해를 돕기 위해 쓴 것으로 원문에는 없습니다.
129쪽
... 불행의 순간에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진실에, 즉 침묵에 익숙해진다.
기다려보자.
138쪽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고통에 있어서 진실인 것은 페스트에 있어서도 역시 진실입니다.
몇몇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구실도 하겠죠. 그러나 그 병으로 해서 겪는 비참과 고통을 볼 때,
체념하고서 페스트를 용인한다는 건 미친 사람이나 눈 먼 사람이나 비겁한 사람의 태도일 수밖에 없습니다."
139쪽
(타루가 주인공 의사 리유에게): "선생님은 신을 믿으시나요?"
(리유):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는 어둠 속에 있고,
거기서 뚜렷이 보려고 애쓴다는 뜻입니다..."
(타루가 리유에게): "... 신도 믿지 않으시면서 왜 그렇게까지 헌신적이십니까?..."
(리유): 만약 어떤 전능한 신을 믿는다면 자신은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것을 그만두고
그런 수고는 신에게 맡겨 버리겠다고 말했다.
141쪽
(타루가 리유에게): "그 모든 것을 누가 가르쳐 드렸나요, 선생님?"
대답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가난입니다."
144쪽
세계의 악은 거의가 무지에서 오는 것이며, 선의도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인간은 악하기보다는 선량한 존재이지만 사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들은 다소간 무지하고 그것은 미덕 또는 악덕이라고 불리는 것이며,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믿고서, 그러니까 자기는 사람들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의 악덕인 것이다... 가능한 한의 총명이 없고서는 참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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