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시대처럼 느껴지던 2020년, 어느새 1월이 끝나갑니다.
'물이 바뀌면 배탈이 난다'는 말은 있어도 '해가 바뀌면 아프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1월엔 누워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지난 연말에도 정초에도 비실거리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우정의 노트에서 제 이름을 빼버리는 대신
'해 넘겨 사느라고 애쓴다, 어서 나으라'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쌀, 꿀, 귤, 굴, 더덕, 꼬막, 사과, 차, 홍삼, 한약, 천혜향, 초콜릿,
심지어는 돈까지 들고와 걱정해주는 친구들 덕에 힘내서 살아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며칠 전엔 두 수양딸이 하루 상관으로 먼 길을 달려와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를 일깨워주더니
오늘은 오래도록 존경해온 두 선배님이 오골계 삼계탕과 카페라떼를 사주셨습니다.
삼계탕은 먹어 보았어도 검은 닭 삼계탕은 처음입니다.
집을 나갈 때는 열이 나서 타이레놀을 먹고 나갔는데
삼계탕을 먹으니 땀이 나며 열이 내렸습니다.
게다가 점심 후에 갔던 찻집에서 우연히
오래 전 미국대사관 문화과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를 만났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하루라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제 눈에 비친 그는 여전하여 반가웠는데
그의 눈에 비친 저는 어땠을까요?
설을 앞두고 지난 해를 돌아보니 또 한 해,
많은 분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큰사랑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유붕자원방래'와 '일석이조'의 나날을 사는 저는 그야말로 '행운노인'이지만,
새해엔 새 빚은 그만 지고 그동안 진 빚을 갚고 싶습니다.
일년 후엔 제가 먼 곳의 벗을 찾아가 그의 기쁨이 되고
우연히 만난 옛친구에게 '일석이조'도 선물할 수 있을까요?
천지신명이여,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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