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친구들에게 말합니다. 몸은 '영혼의 집'이니 몸을 잘 간수해야 한다고.
한때는 단단한 정신력만 있으면 육체적 고통이나 문제쯤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정신력이 강했던 아버지와 친구의 죽음을 보며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일단 육체에서 죽음이 시작되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죽을 땐 죽더라도 살아 있을 때는 몸을 잘 간수해서 삶다운 삶을 살자고 생각합니다.
제가 얘기하는 '영혼의 집'과 다른 '영혼의 집'도 있습니다.
그 '영혼의 집'은 영어로 'The House of the Spirits'이니 그 집은 말 그대로 '영혼들이 사는 집'입니다.
페루에서 태어난 칠레 작가 이사벨 아옌데(Isabel Allende)가 198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1993년 영화화되었습니다.
오래 전에 보았던 이 영화를 어제 다시 보았습니다.
지난 주 아버지의 기일과 며칠 후로 다가온 추석 사이에서,
우리 곁에 머물다 떠나간 영혼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 생각의 끝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본 것입니다.
삶과 죽음, 살아간다는 것, 투쟁이라는 것, 민주주의라는 것, 혁명이라는 것,
군사쿠데타라는 것,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메릴 스트립과 제레미 아이언스와 글렌 클로스와 위노나 라이더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삶의 진실을 보여주는 영화...
원작은 읽지 않았지만 이 영화가 원작의 깊이를 전달할 거라고 감히 짐작합니다.
추석 연휴... 살아 있는 사람들과의 시끄러운 해후, 죽은 사람들과의 침묵 속 해후를 끝내고 나서
'영혼의 집'에 잠시 머무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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