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 일기7: 미친 센서등(2019년 9월 6일)

divicom 2019. 9. 6. 07:17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온 지도 십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벽지도 더러워지고 방에는 물건들이 쌓여가고 신경 쓸 곳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경을 거스르는 건 현관의 점멸등(센서등)입니다.


원래는 사람이 들고날 때 잠깐 들어왔다 꺼져야 하는데

요즘은 이유 없이 켜졌다 꺼졌다 합니다.

외출할 때나 청소할 때는 켜지지 않아 애를 먹이다가

한밤중에 아무도 들고나지 않을 땐 환히 켜지니 기가 막힙니다.


누군가가 현관 앞 거실 복도를 지나갈 때 그걸 감지하고 켜질 때도 있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도 그런 일이 있어서 현관과 복도 사이 문을 닫아두면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러데 이제는 그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켜져서 한참씩 꺼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철문 틈으로 들어오는, 저로선 거의 느낄 수 없는 바람을

감지하고 켜지는 걸까요?


새벽에 일어나보면 거의 매일 센서등이 켜져 있습니다.

전에는 움직임이 있으면 켜졌다가 움직임이 없어지면 바로 꺼졌는데

이젠 한참씩 꺼지지 않습니다.

얼마 전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작년 같은 달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올라서

고개를 갸웃했는데, 아무래도 이 '미친' 센서등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유 없이 켜져 꺼지지 않는 센서등을 관찰하다 보니 문득 저와 함께 늙어가는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켜져야 할 때 켜지고 불필요할 땐 잠잠한 센서등 같은 사람은 갈수록 드물어지고

켜지지 않아야 할 때 켜지고 켜져야 할 때는 켜지지 않는 사람, 즉 T.P.O.(시간, 장소, 경우)에

맞지 않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늘어납니다. 그들이 그러는 건 그들의 뇌가 저 미친 센서등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젠 이만큼 나이 먹었으니 나도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생각하는 의지 때문일까요?


변화는 좋은 것이지만 이왕이면 발전하고 싶습니다.

사람의 나이가 많아보았자 우주의 나이 앞에선 점 하나도 되지 않으니

나이를 핑계로 교양을 저버리는 짓 따위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은 기필코 저 미친 센서등을 바꾸고 제 마음도 다시 한 번 다잡아야겠습니다.

결코 미친 센서등 같은 사람은 되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