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철가방을 든 시인(2019년 4월 14일)

divicom 2019. 4. 14. 08:55

2012년에 낸 한영시집 <숲Forest>의 서문에서 저는 세상 사람들은 모두 시인이라고,

시를 쓰는 시인과 쓰지 않는 시인이 있을 뿐이라고 썼습니다.


봄은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던 시인들이 몸을 드러내는 계절입니다.

철가방을 들고 자장면을 배달하는 청년 속 시인도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추고 봄에게 눈을 줍니다.


아래의 그림과 시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 '詩詩한 그림일기'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시시한 그림일기'로 연결되어 더 많은 그림과 시를 볼 수 있습니다.

이문재 시인의 시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llustpoet&logNo=221504886464&categoryNo=7&parentCategoryNo=&from=thumbnailList

봄날 - 이문재

프로파일 illustpoet ・ 2019. 4. 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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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연필



봄날
           
   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 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 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


집을 나서면서 부터 시선을 끄는 작고 환한 풀꽃들, 담장 넘어 꽃나무들이 앞다투어 저마다의 빛깔을 자랑하니 손전화로 사진 찍기 바쁜 계절이다. 매년 만나는 봄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우니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바쁜 일상의 순간을 멈추고 작은 생물들이 최선을 다해 내뿜는 아름다움에 집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