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의 석양을 보다가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제 책들 중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까요?
<시선(視線)>에 실린 글입니다.
친구들 모두 건강하길 빌며
아래에 옮겨둡니다.
기다림뿐인 사랑이어도
반가운 해후란 긴 기다림에 비하면 얼마나 찰나적인가.
그리움이 키만큼 자란 후에야 해후는 구름 사이 언뜻 보이는
달처럼 짧다. 물론 삶의 절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누구나 그 순간이
곧 영원이라고 자신을 토닥이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다시 기다림의 하루, 아니 일생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다림뿐인 사랑이어도 그 사랑이 마치 커다란
힘센 기둥과 같아서 그에게 기대지 않고는 살아낼 수조차 없음을,
그리하여 그 기다림이 이미 축복인 것을 사랑해 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안다. 좀체 걸리지 않던 감기에 젖은 먼 벗의
목소리를 들으며 만가지 감상에 젖다. 도대체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의 존재와 내게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그의 존재 사이
그 불합리한 거리를 생각하며 또 하나의 짧은 해후를 기다리니...
제발 건강하길.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달력을 걸며(2019년 1월 1일) (0) | 2019.01.01 |
---|---|
크리스마스, 광장시장, 그리고 <백년 동안의 고독>(2018년 12월 25일) (0) | 2018.12.25 |
첫눈(2018년 11월 24일) (0) | 2018.11.24 |
홍제천의 흉물들, 그리고 과대포장 대한민국(2018년 10월 1일) (0) | 2018.10.01 |
사러가쇼핑의 계산원들(2018년 7월 25일) (0) | 2018.07.25 |